공자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했다. 올해로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양국 간 여러 분야에서 강산이 세 번 변할 만큼의 천지개벽이 이뤄졌지만 과연 인간의 나이 30세에 걸맞게 양국 관계는 성숙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서남권 지역 재한동포사회 리더 및 지성인들과 함께하는「다(多)가치포럼」 운영위원회(위원장:김정룡)는 6월25일 오후 2시부터 구로구가족센터 강당에서 중국동포를 비롯한 지역사회 주민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중 관계, 회고와 전망’ 이란 주제로 ‘2022 다(多)가치포럼 제2차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사진 왼쪽부터 전춘화 홍익대 조교수,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장, 좌장을 맡은 박동찬 사화활동가, 이국봉 중국전략연구소장, 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에 앞서 김동훈 서울서남권글로벌센터장은 개회사에서 “한중수교 30주년이지만 3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도록 한중교류는 다양해지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혐오와 차별에 신음하고 있고 한중관계는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오늘 토론회는 과거 30년을 돌아보고 미래 30년을 전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어서 류재순 前재한동포문인협회장은 축사에서 “우리 동포사회의 지성인들과 관심 있는 한국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중 양국 간의 사회·문화·경제 등 분야에서 혜안을 모색하며 우리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1발제자로 나선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장은 <2022년 5월 한미 정상회담과 향후 한중 관계 전망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의 동향 등을 토대로-> 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는 “현재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은 친미에 편중 돼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중국 담담 외교라인은 반중정서가 강한 분들로 채워져 있어 앞으로 한중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 같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불파불립(不破不立)이란 말이 있듯이 차라리 한중관계가 밑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재건하는 편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국봉 중국전략연구소장은 <한중 수교 30주년 : ‘국정(国情)’의 이해와 한중 양국의 소통강화를 위한 해법> 을 주제로 발표 하였다. 그는 “한중 양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유교문화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회인데 왜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서 “비록 같은 한문이지만 양국 문화차이로 내포하고 있는 뜻이 다르고 따라서 해석이 다른데서 공감이 멀어져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 소장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국정(國情)이란 중국에서는 현재 나라가 처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지 나라의 감정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정(情)이 현실적이면서 이성적인 측면이 강한데 비해 한국에서는 감성과 감정적 측면이 강하다”면서 “중국에서는 문제를 이성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강한데 비해 한국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하고 나서 “선거 때 한국인이 지속적인 지지가 없이 선택이 자주 변하는 것이 바로 감정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하였다.

전춘화 홍익대학교 조교수는 지정토론에서 “한중수교 30년 동안 재한중국동포들의 양국에서 인문교류를 더 다양하게 펼치기를 위한 노력과 한중양국에서 가교역학을 했다”면서 “재한중국동포사회에서 진행하는 민간차원의 교류 활동을 더 나아가 한국의 주류사회와 적극적인 교류를 진행하고 더 발전하여 한중 양국 국민들의 민간교류에 앞장서서 우호 증진과 오해를 줄이는데도 아낌없는 노력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룡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장은 토론에서 “일부 한국 언론이 한문해석에 있어서 지나친 견강부회가 한중 양국 관계에 재를 뿌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노영민 전 주중대사가 인민대회당에 남긴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는 방명록을 일부 보수언론이 문제 삼았다. 3년 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미국 방문시 친필 휘호 ‘만절필동’을 하원의장에게 선물한 것이 또 보수 측으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다.

김소장은 “만절필동의 유래는 공자와 제자 자공 사이 나눈 대화에서 유래된 것을 뜻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을 조선시대에 만절필동이 사대주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사실로 현재까지도 문제 삼는다면 한중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더욱이 ‘공창미래’를 ‘공산당이 미래를 창조한다’는 의미라고 왜곡하면서 노영민 대사를 매국노라고 공격하였는데 중국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유치한 짓거리로 볼 것인가!”라고 비판하였다.

한편「다(多)가치포럼」은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한중포커스신문, (사)한중경제친선교류협회, 서남권글로벌센터, 구로문화재단 등 서남권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들과 지성인, 리더들이 모인 포럼으로 2018년에 시작해 연 3~4회 개최되며, 매년 지역사회 중국동포를 비롯한 이주민들과 선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사회 상생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등 지역 사회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소통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김정룡「다(多)가치포럼」운영위원장은 “서남권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에 의해 5년 동안 총 16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되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올해 8월에 있을 경제 분야 토론회가 남았고 11월에 국회회의실에서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종합적인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