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동체 구축해 조선족여성기업가들의 공동 발전 도모

리 송 미 중국조선족여성기업가협회 회장

소학교의 평범한 교원으로부터 CEO로 변신한 중국동포여성 리송미 씨.
 현재 중국조선족여성기업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리송미 회장은 20여년 전, 부모님들의 소망대로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 때까지 그녀는 물론, 지인들까지도 그녀가 오늘날 중국 전지역에 3,00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고 연매출 수십억 위안을 올리는 굴지의 화장품기업 대표로 떠오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처음부터 그녀는 평범한 한 여성이었다. 여느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 부모님에게 효도하겠다는 소망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사업에 뛰어들어서부터 그녀는 신참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큰 서과를 내면서 영예를 독차지했다. 그것만으로도 부모님에게 효도가 되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음에도 그녀는 늘 속이 허전했다. 솔직히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육자인 이상 부모님에게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효도해드리기에는 힘에 부쳤다.
 그러던 중, 하루는 학교 교연실에 장사군부부가 나타났다. 여교원들만 모여있는 교연실을 찾아 들어온 부부는 들어서기 바쁘게 커다란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내놓으면서 여차여차하게 피부에 좋다고 열성스레 자기 제품을 자랑했다. 사무실 교원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이것저것 찍어 발라도 보고 서로 의논도 하면서 상품을 고르느라 여념 없었지만 괴춤이 두둑하지 못했던 그녀로서는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서 팔고사는 과정을 머쓱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를 제외한 모든 교원들이 지갑을 열어 화장품을 구매하였고 괜히 들떠하였다. 장사군부부가 가방을 정리하고 교연실 문을 나서자 그녀는 눈치 빠르게 뒤따라나가서 그 장사군을 불러세웠다. “저 혹시 판매원이 필요하지 않나요?” 장사군부부는 약속이나 한듯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 나서 서로 마주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마침 물색하던 중인데…”
 그녀가 출근하는 외에 부업거리로 할 수 있는 돈벌이가 없을가 하고 신문 귀퉁이의 채용광고도 눈여겨보고 길옆 상가에 붙여놓은 모집스티커도 뜯어보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린 지 한참이나 되었던 차라 무척 기뻤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장사군부부가 여관을 찾아 묵을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녀는 시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은 뒤 그 날 장사군부부를 집으로 모시고 갔다. 20대 초반인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판매에 의욕을 보이자 부부는 “대체 얼마를 벌고 싶은가”고 물었다. 한참 머뭇거리던 그녀는 300위안이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것도 자기 딴에는 정말 높게 부른 액수였다.

▲리송미 중국조선족여성기업가협회 회장 취임식.

 그렇게 300위안이라는 소박하면서 천진한 꿈을 안고 그녀는 세일즈맨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퇴근 후와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화장품보따리를 등에 진 채 시내 곳곳을 신발이 닳도록 누비면서 화장품을 팔았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데다 근면하고 성실한 성격인 그녀로서는 세일즈가 말로 형언할 수 없이 힘들긴 했어도 어쩐지 모르게 적성에 맞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면서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
그래서 아예 직장을 그만두기로 용단을 내렸다. 다들 부러워하는 ‘철밥통’을 버리고 하필 가시밭길을 택한 그녀를 가족들은 물론 학교 책임자들도 말렸지만 그녀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 때로부터 그녀는 장사의 애벌김을 매던 데로부터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는 화장품기업 신생활그룹의 대표로, 나아가 중국조선족여성기업가협회 회장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두말할 것 없이 근면과 정직, 긍정적인 사고와 다양한 슬기가 그녀를 받쳐준 기반이었다.
 매번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그녀는 한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정직하고 올곧게 살아오신 부모님들한테서 힘을 얻으면서 한발 한발  헤쳐 나갔다.
 당시 자금난에 부딪쳐 그녀는 죄송스러운 대로 부모님들한테까지 손을 내밀었고 부모님들은 역시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앞세우고 친척집에 돈 꾸러 나설 만치 딸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밀어주었다. 부모님한테 죄송스러워 그녀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고 꼭 성공해서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거의 30시간씩 열차를 타고 대충 끼니를 때우면서 새 지역의 시장 개척에 정력을 쏟아 부었고 회사 확장에 큼직한 획을 그었다.
단돈 300원을 꿈꾸었던 그녀는 오로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기에 2000년대 초에 벌써 자기 집과 자가용을 마련한 화이트칼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녀의 성장과 함께 그녀가 청춘을 바친, 두번째 집이나 다름없는 기업 역시 막강한 경쟁력과 실력을 겸비한 화장품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현재 신생활그룹에서는 상해에 아시아에서 제일 큰 화장품공장을 앉혔고 매출액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고 세일즈맨으로 바닥부터 다져온 경영자로서 그녀는 권위의식을 내세우지 않고 직원들의 노고를 긍정하고 항상 직원들의 발전을 밀어주는 마음 따뜻한 리더이다.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마주하는 그녀의 영향을 받아 직원들도 자신감에 차서 일을 척척 해나간다.
 지난해 9월, 중국조선족여성기업가협회가 설립되었고 그녀는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초대회장으로서 그녀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안고 협회 발전, 나아가 우리 민족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 차세대들에게 민족자부심을 갖게 하고 기업가정신을 넘겨주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몇십년 동안 창업정신을 지키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온 기업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게 그녀의 일가견이기도 하다.
 기업가정신의 바람직한 덕목을 갖춘, 피땀을 흘려 기업을 일구어온 기성세대 기업인들이 자기 기업의 홍보대사가 되어 차세대 기업인들에게 창업에서의 핵심노하우를 전수하고 인생담을 공유하고 차세대들은 또 기성세대들의 창업맥락을 이어받아 사명감을 안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날을 하루빨리 당겨오자는 게 그녀의 포부이자 의욕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교류의 장, 만남의 장을 만들자면 그녀 또한 팔짱을 끼고 서있을 겨를이 없으리 만치 시간이 촉박하다. 그녀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중소기업을 위해 기회를 제공해주고 중소기업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자질구레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한편, 서로 똘똘 뭉쳐 굵직굵직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뚝심까지 갖춘 기업인이다. 시내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그녀는 협회가 하나같이 뭉치기만 하면 무궁무진한 힘을 낳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녀가 중국조선족여성기업가협회를 브랜드로 묶어 우리 민족이 얼마나 성스러운 민족인지 온 세상에 알리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협회에서 조직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모든 기업이 동반성장하고 상부상조하는 기업공동체를 구축해나가면서 협회를 궁극적으로 조선족여성기업가들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는 뉴대로 키우겠다는 것이 그녀의 포부이자 배짱이다.
 앞으로 중국조선족여성기업가협회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해보고 아울러 리송미 회장이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행보를 펼쳐나가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