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더욱 심해져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소재 구로문화재단 소강당에서 다(多)가치 포럼, ‘2020 제3차 토론회’가 열렸다.

2020 다가치포럼 3차 토론회. 사진 왼쪽으로부터 조영관 변호사, 김철수 애심간병인협회 회장, 전춘화 홍익대 교수, 이동렬 동북아신문 대표, 박복희 한울중학교 교사.

‘다(多)가치 포럼’과 ‘구로문화재단’, ‘서남권글로벌센터’가 공동주최한 이번 포럼은 ‘2020 마을과 이주민사회는 어떻게 움직였나? 포스트코로나 시대, 차별요소 점검과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이동렬 재한동포문인협회 대표(동북아신문 대표)와 박복희 한울중학교 교사, 김철수 애심간병인협회장 등이 주제발표를 하였고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가 주제토론을 하였다.

개회사를 하고 있는 김동훈 서남권글로벌센터장.

  

이날 토론회에 앞서 주최측인 서남권글로벌센터 김동훈 센터장(다가치 포럼 운영위원)은 개회사를 통해 “올 한 해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공포를 경험한 한 해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중에서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주민들 특히 중국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재난상황에서 더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 현상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 차원으로 증폭되었고 당연시하는 문화로 이어졌다는 데 심각성을 느꼈고 특히 수많은 언론과 정부, 지자체가 드러낸 차별적 인식이 그대로 시민들에게 내재화되어버린 아픈 시간 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가 발생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서남권 지역 중국동포 사회와 일부 NGO들은 이러한 차별과 혐오적 인식에 맞서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언론에도 조명되지 않았다”고 꼬집으면서 “오늘 ‘다가치포럼’ 3차 토론회는 그동안 중국동포 사회의 역량이 이루어 낸 성과를 재평가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며, 재난의 시기,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장의 소리도 듣고, 동포사회가 일구어낸 성과도 듣고,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이번 포럼의 의의를 설명했다.

다(多)가치 포럼 문현택 운영위원(한중포커스신문 대표)은 환영사를 통해 주최측과 발제자 및 토론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서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주민 사회가 위축돼 있고 또 대한민국의 산업역군으로 이른바 3D업종에서 열심히 일해 왔음에도 차별대우는 여전하다”면서 “이번 토론회를 통해 올 한해 국내 동포사회와 이주민사회에서 나타났던 일들을 총화해보고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나아가 건설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사를 하고 이는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3년간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 ‘다가치 포럼’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2021년에도 계속하여 많은 제안을 내놓는 포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를 보고 있는 구로문화재단 나기석 팀장.

포럼 좌장을 맡은 전춘화 홍익대 교수.

발제자 이동렬 동북아신문 대표.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재한동포문인협회 이동렬 대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더맥이 엄중한 상황에 직면하여 재한중국동포사회는 심적으로 많이 움츠려들었고 경제활동과 사회활동 등에서도 심중한 타격을 받았으며, 특히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중국인 혐오’ 현상의 연장선에서 중국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빈번히 발생하여 중국동포사회를 아프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총선 직전 조선족게이트와 차이나게이트 문제 ▲총선 직후 보수진영의 중국동포 매도 문제 ▲재난지원금 문제 ▲공적마스크 문제 ▲교육청 돌봄 지원금 지급에 외국인 학생 배제 ▲중국동포단체들의 방역활동 및 혐오 차별 대응에 대한 점검 ▲외국인 및 중국동포들에 대한 ‘혐오 차별’에 대한 정부의 태도 ▲포스트 코로나시대 동포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등 8가지의 소주제로 발제를 하였다.

그는 “코로나19와 같은 시국에서 재한동포사회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며 지역사회에 깊이 녹아들어 적극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또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삶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데 불가결의 요소”라면서 “코로나19 예방을 철저히 하고 특히 지역사회 봉사에 적극 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주민 시민단체, 특히 인권단체들과 손잡고 ‘혐오와 차별’의 부당함을 한국 사회에 적극 알리고 혐오와 차별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지만 방역에도 절대 도움이 안된다는 점, 혐오와 차별 낙인은 나라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화선이 될 수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 경종을 울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 관련 당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내서 인종 차별을 하거나 차별을 선동을 하고 외국인을 혐오하며 낙인찍기를 하는 행위에 대해 공개 담론 등을 통해 법적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자 박복희 한울중학교 교사.

  

이날 또 다른 발제자인 한울중학교 박복희 교사는 국내 다문화교육의 현황과 구로중학교의 다문화교육 사례를 바탕으로 ‘각각의 색으로 빛나는 어울림 학교’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다문화교육은 국적, 인종, 민족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차별 없는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제자 김철수 애심간병인협회장.

 

애심간병인협회 김철수 회장은 ‘동포 간병인의 애로사항’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우리사회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시작되면서 초기에 ‘코로나19’라고 부르지 않고 ‘우한폐렴’이라고 명명하면서 동포간병인에 대한 불합리한 해고, 또 병원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제공하지만 동포간병인들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병원외출 자제로 마스크구입이 어려웠던 문제 등 사례를 들면서 부당한 대우와 혐오, 그리고 위험 노출문제에 대한 처우 개선을 호소했다.

주제토론자 조영관 변호사.

 

주제토론에서 조영관 변호사는 “발제자들의 발표내용에 전체적으로 공감한다”고 서두를 떼고 나서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많은 차별 사례가 발생하였고, 특히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동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차별과 혐오적 보도,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일부 세력의 ‘차이나게이트’, 의료보험 기준으로 이루어진 공적마스크 배분에서의 이주민차별, 서울시와 경기도의 외국인 재난지원금, 교육에서 외국인 자녀들에 대한 지원금 배제, 이주민들이 일하고 있는 간병인 업계에서의 코로나로 겪는 어려움 등 여러 차별 이슈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큰 변화 중 하나는 국가 정책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전면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고, 이러한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과 배제는 민간 영역에서 더 큰 진폭의 차별과 혐오를 만들어 낼 위험성이 있기에 차별과 혐오에 대한 공동의 대응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정룡 다가치포럼 위원장.

  

이날 김정룡 ‘다가치포럼’ 위원장은 토론회를 총화하면서 “오늘 ‘포스트코로나 시대, 차별요소 점검과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토론회를 통해 내용들을 들어보면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말하고 나서 “그러나 모든 국민이 이주민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일들도 많고, 또 그 가운데서 새로운 희망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가치포럼’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애쓰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라고 덧붙혔다.

그러면서 “‘다가치포럼’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끊임없는 제안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소통함으로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해의 마지막 토론회 발표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제안을 통해 이주민과 동포사회가 향후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찾고,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19 방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한국사회가 코로나19 시대 국적과 국경을 넘어 혐오와 차별 없이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무형문화재 제9호 부산영산재 보유단체장인 백화원 관음사 주지 성림스님이 ‘다(多)가치 포럼’을 통해 중국동포 ‘애심간병인협회’에 마스크 3000장을 기증하였다. 사진은 다가치포럼 김정룡(왼쪽) 위원장이 애심간병인협회 김철수 회장에게 마스크를 전달하고 있다.

  

한편 이날 무형문화재 제9호 부산영산재 보유단체장인 백화원 관음사 주지 성림스님이 ‘다(多)가치 포럼’을 통해 중국동포 ‘애심간병인협회’에 마스크 3000장을 기증하였다. 

참석자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