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외사계장

최근 대림동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으로 또 다시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는 모든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져 안타깝게 하고있다.

지난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에 대해 법원은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대림동 주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지난해에도 대림동이 중국인 밀집지역이라는 이유로 마치 코로나19 진원지인양 많은 언론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취재하며 야단 법석이었다.

대림동은 중국동포 밀집지역으로 지역내 동포커뮤니티들이 나름 경찰과 협조하여 기초생활질서 캠페인, 코로나19 예방 캠페인 등을 실시하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본지는 이현호 영등포경찰서 외사계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림동 치안현황 및 추진계획에 대해 알아보았다.

문: 현재 지역 치안과 생활질서 확립을 위해 관내 외국인도움센터 및 외국인자율방범대와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답: 저희 영등포경찰서 관내의 외국인 도움센터는 ‘서남권글로벌센터’, ‘다드림복합문화센터’, ‘귀한동포총연합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이 지정되어 있으며 서울시 및 구청의 지원을 받는 단체 이외 중국동포 사회의 단체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정된 도움센터에서 한달 평균 6~700건의 상담이 이루어 지고 있고, 주로 대한민국의 외국인에 대한 제도, 지원책 또는 법률을 몰라 피해를 입거나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 당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상담으로 많은 동포들이 제도적 법률적 또는 의료지원 혜택까지 누리고 있는데 더 많은 동포들이 ‘도움센터’라는 제도를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2018년 서울경찰청 지시로 구청에 ‘자율방범대’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 당시, 우리서의 경우 외사계에서 주도하여 순찰시 필요한 제복, 장비, 야식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조례로 완료하였습니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로 외국인자율방범대(이하 외자방) 순찰근무가 중단 및 재개를 반복하다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였으나, 최근에 발생한 대림동 살인사건을 계기로 실시하게 된 ‘특별치안방범활동’과 더불어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고 9인 이하로 순찰하는 조건으로 외자방 순찰이 가능하다는 서울청의 답변에 따라 3월5일부터 매주 금, 토, 일요일에 20시부터 22시까지 대림동 ‘동포의거리’ 및 두암공원 등 일대를 순찰하며 폭력행위 발견시 대림동지구대 또는 112에 신고하는 등 치안 안정에 적극 기여 할 것으로 주무 외사계장으로서 기대가 큽니다.

문: 어느 지역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대림동 치안문제 역시 단지 동포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즉 내·외국인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계장님께서 이지역이 치안 안전을 위한 향후 외사계 차원의 추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경찰에서 추진하는 일명 ‘외사안전구역’은 영등포구 대림동뿐만 아니라, 구로구 가리봉동, 금천구 독산동, 마포구 서교동, 광진구 자양동, 동대문구 회기동 등 서울시내에만 8곳을 지정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대림동에서만 강력사건이 빈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라고만 치부해서는 안되며, 저희 영등포경찰서는 물론, 대림동 일대에 거주하는 동포사회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9년부터 영등포서 외사계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올해 3년차입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나 3년차 외사계장으로써 나름대로 해법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작은 것부터 실천 하기’, 둘째 ‘여건과 환경조성’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란? 동포들이 ‘기초질서 지키기’부터 실천하는 것입니다. 담배꽁초투기금지, 땅바닥에 침 안뱉기, 쓰레기 지정된 장소에 버리기, 교통신호준수, 무단횡단금지 등 공동체 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부터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우측으로 통행하기 등 사소하지만 지키면 서로 편리하고 불편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소소한 것부터 지켜 나갈때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생겨나고, 그 믿음이 상대방을 존중하게 되고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며 양보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폭력사건이 줄어들게 되고, 나아가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둘째, 대림동 동포사회가 현재까지 많은 발전을 이뤄 왔지만 위와같이, 서로서로 존중과 배려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여건과 환경조성’이 필수이며 먼저, 여건이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초질서’ 등 작은 것부터 지키려는 생각을 동포들이 가질 수 있도록 경찰이 적극 앞장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즉, 담배꽁초투기, 신호위반, 무단횡단 등 경미한 법 위반자에 대한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통고처분(스티커 발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서 ‘무단횡단을 하면 경찰에 적발되고 금전적인 불이익까지 받는다.’ 라고 인식하고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적발시 무조건 경범죄로 통고처분만 하는 것이 아닌 계도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환경조성이란? 범죄가 발생하는 환경을 개선해서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통상, 영문약자를 따서 ‘CPTED’라고 하는데요. 조명이 어두운 거리를 밝고 수명이 긴 LED 가로등으로 교체한다거나, 사람의 왕래가 많은 지점에 기초질서 지키기 등의 문구가 현출되는 로고젝터(고보조명)를 설치하여 범의를 사전에 차단시키거나 또는 경각심을 주어 범죄를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봅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CCTV까지 촘촘하게 설치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되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환경개선 분야는 경찰 예산으로는 미미하여 반드시 해당 지역의 구청에서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요구되는 사안으로 구청과 경찰서가 서로 협의한다면 좀더 빠른 환경개선이 되리라 봅니다.

추가로, 환경개선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대림역 12번 출구는 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 등 동북3성의 동포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만남의 장소 등 상징적인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대림역 12번 출구부터 복만루까지를 일명 ‘동포의거리’라고 부를 정도로 영등포구 대림동에서는 상징성이 있는 곳으로 이부분을 구로구 가리봉동 시장처럼 도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여, 중앙을 차도로, 도로 좌·우측을 인도로 새롭게 포장(페인트 디자인)하여 보행과 차량통행을 원활하게 한다면 차량통행으로 인한 시비, 폭행이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현재의 간판을 개선된 표준규격의 간판으로 교체(업주50%, 구청50% 비용부담) 한다면 동포의거리는 중국동포는 물론, 내국민까지 찾아오는 명물거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19년도 ‘서남권민간협의체’ 회의시 우리서 외사계에서 환경개선 사업으로 서울시에 제출한 사업(CPTED) 계획서로 당시, 예산이 미반영되어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문: 대림동은 중국동포 밀집지역으로 지역내 동포 커뮤니티들이 나름 기초생활질서 지키기 위한 캠페인, 코로나19 방역 및 예방 캠페인 등을 실시하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이같은 솔선수범하는 모범사례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단지 이 지역이 동포밀집지역이라는 이유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마치 이지역이 진원지인양 집중 보도할 때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계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답: 저도 대림동 동포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기초생활질서 지키기 위한 캠페인, 코로나19 방역 및 예방 캠페인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합니다.

제가 2019년도 외사계장으로 업무를 시작할 때 ‘시사IN’, ‘아이뉴스24’, ‘KBS뉴스 팩트체크’ 등에서 대림동에 대한 르포 형태의 기사 및 취재를 통해 2012년 4월 오원춘 사건, 2014년 12월 박춘봉 사건에서 밝혀진 것처럼 살인과 사체훼손 등 국민들에게 각인된 ‘조선족은 흉폭하고 잔인하다’라는 것과 달리 중국동포의 중심에 있는 대림동은 대한민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일상적인 삶을 사는 평범한 동네라는 내용으로 보도가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대림동이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동포들이 모여사는 대한민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만, 비록, 우발적인 사건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몸으로 싸우는 단순 폭행이 아닌 흉기(칼, 병 등)로 상대방을 찌르거나 때려 살인, 살인미수 또는 특수상해 등 인명을 경시하는 행동이 대한민국 사회는 분노와 함께 동포들에 대한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흉기를 이용한 범죄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하여 동포사회 특히, 동포단체와 경찰, 구청이 함께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범죄예방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하며 유기적인 협조를 위해 민·관·경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포사회의 신문지면, 인터넷 등 언론에서도 적극 나서서 잘하는 부분은 열심히 알리고, 잘못된 부분은 재발 방지와 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외국인 관련기관 간 협력치안, 외국인범죄 예방활동, 내외국인 사회통합을 목표로 유관기관과 민간단체 등이 함께하는 정보교류 창구역할을 할 수 있는 ‘외사치안(자문)협의회’를 출범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계장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답: 동의합니다. 현재 영등포구, 구로구, 동작구, 금천구, 관악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구청장, 서울시(행정1부시장), 시의원 및 각 구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이 참석하는 ‘서남권민간협의체’를 2014년 발족, 2015년 출범하여 초대 회장으로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선출하고 그 아래 ‘생활안전분과위원회’, ‘영등포치안협의회’, ‘외사분과위원회’, ‘범죄피해이주여성지원협의회’(발족 예정) 4개 분과 위원회를 두고 활동하고 있으며, 각 분과위원회 산하에 중국동포사회 일부 단체장들이 참석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작년 코로나19와 회장을 맡고있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일정 및 성향에 따라 현안 추진의 속도 등에 차이가 있어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이왕 발족되어 활동중인 협의체인 만큼 좀더 실질적인 활동이 이뤄지고 내실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조금 더 디테일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대림동 또는 구로구 금천구까지 아우르는 동포사회 단체장과 경찰, 구청의 담당(실무자)자들이 함께하는 커뮤니티를 발족하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어느 지역 한 곳이 아닌 동포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면 동포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대단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의 한 방법으로 지난번 간담회에서 언급된 동포사회의 단체장과 경찰, 나아가서는 구청 담당자들이 함께하는 ‘네이버 밴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포사회의 언론인들이 적극 앞장서 주신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문: 마지막으로 대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중국동포 및 외국인들에게 전하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면...

답: 경찰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온한 치안’ 이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대한민국의 치안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며, 늦은 새벽 시간에도 여성들이 안심하고 길거리를 다닐 수 있는 나라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하고 치안이 우수하다는 미국의 일부 지역조차 밤에는 여성들이 홀로 거리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한국치안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경찰의 범인추적 및 검거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의 범인 검거율은 약 98%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체포되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이해 충돌이 있을 수 있고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설사 다툼이 있다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흉기를 사용하는 범죄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안전한 대림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내·외국인이 따로 일 수 없고 동포사회와 함께 거주하는 주민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노력한다면 안전한 대림동은 조만간 현실로 다가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