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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7/22  한중포커스
코로나 이후 이민교육을 말하다
문민 서울국제학원 원장

이주와 정착

 

문민 서울국제학원 원장
코로나 이산가족

지난 해 12, 지호 엄마는 체류기간이 만기되어 잠깐 중국에 다녀온다고 했다. 그러나 설날 지나고 상황이 좋지 않다더니 7월이 지난 오늘도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 큰 아들이지만 지호는 이제나 그제나 엄마가 하루 빨리 한국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945년 조선이 해방 되자 만주에 체류했던 조선인들의 귀국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귀국이 한창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무렵 갑자기 기차길이 막히고 하늘길이 막혔다. 부모님을 먼저 귀국시키고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귀국한다던 열아홉 살 청년의 발걸음은 하얼빈역에서 그대로 뚝 멈췄다. 그 뒤47년만(1992년 한중 수교)에 고국으로 돌아 왔다. 19세 청년은 백발노인이 되어 엄마의 품에 안겼다.

지호는 이 백발 노인의 장손자이다. 할아버지는 지호 엄마가 코로나로 모든 교통편이 묶여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는 정착 촉진제

한국으로 귀화한 지은이 아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국적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어차피 부모가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소외를 받는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이가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가정의 보호는 물론 국가의 보호와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이 외국국적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이들도 얼른 귀화시키려고 해요.”

 

급식꾸러미

한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라면 다 아는 일이다. 의무교육은 9, 무상교육은 12, 초등학교 1학년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비, 교과서는 물론 점심식사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코로나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남는 쌀, 채소, 고기를 가정에 배달해준다. 외국인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동이도 학교에서 보내온 급식꾸러미를 받았다며 기뻐했다.

동이는 3년전 중학교 3학년 때 부모 따라 한국에 왔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역사, 사회, 수학, 영어 등 교과목도 따라가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한국을 떠나 다시 중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동이는 최근에 학교에서 보내온 급식꾸러미를 받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비록 작은 급식꾸러미였지만 그 동안 공짜로 받은 교과서며 공짜로 먹은 학교 급식을 생각하니 앞으로 계속 한국 남아 대학교까지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이민자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자유로운 국경 이동이 갑자기 막힘으로써 느끼는 불편함일 것이다. 그 불편함을 당분간 참고 인내할 수 있지만 지속되면 지호 할아버지와 같은 이산가족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잠깐씩 한국에 체류했기에 한국어를 잘 못해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본의 아니게 한국에 눌러앉은 이민자는 더 이상 한국어를 모르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한국어는 마스크와 같아요. 저는 밖에 나갈 때 두 가지를 꼭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마스크와 한국어라고 생각해요. 한국어를 모르면 보건당국에서 보내오는 긴급문자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러면 제가 위험할 수 있잖아요.”

 

코로나 이후 이주 추이

이주의 패턴은 크게 3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이주 후 줄곧 이주지에서 쭉~ 정착한다. 두 번째는 원래 태어나 살던 곳으로 다시 귀환한다. 세 번째는 또 다른 제3의 곳으로 재이주 한다.

고국으로 귀환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한국에 정착 할 것으로 보인다. 귀환한 어르신을 섬겨야 하는 중장년 자식들은 당분간 어르신이 계시는 곳에서 생활 할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이 연로하여 사망하면 계속 한국에 남아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중장년층 일부는 중국으로 다시 귀환할 것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청년과 청소년들이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현재로선 귀국 혹은 제3국으로의 재이주는 막혀 있다. 현재 체류하고 있는 곳에서 무기한 잘 정착하는 방법 밖에 없다. 코로나는 두 번째, 세 번째 선택을 가로 막고 있다.

 

코로나 전과 후의 유학

 

교육을 받은 자와 교육이 버린 자

코로나로 개학이 몇 차례 연기를 반복하다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개학을 한지 며칠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곧 기말고사라고 한다. 코로나 와중에도 개별 지도를 받은 학생과 코로나를 핑계로 동영상 자료만 시청하다 시험장에 간 학생들의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시험성적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공부가 직업인 학생에게 성적을 빼놓고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지 않다.

몇 달 만에 학원에 온 진이의 외모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롱초롱했던 두 눈에 안경이 껴있었고 그 동안 미용실에 가지 않아 장발이 되어 남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24시간 집에만 있다 보니 밤낮 구분이 없어져 환한 대낮인데도 졸린다고 입을 쩍쩍 벌리며 하품을 하는 모습이 꼭 마치 신 인류를 만난 듯한 묘한 기분이다.

학교만 바라보고 있다가 아이가 폐인이 될 것 같아요. 학교 가지 않는다고 공부마저 멈춰서는 안되잖아요.” 진이 엄마는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다급하게 말했다.

진이 엄마가 다녀간 후로 나에게는 숙제 하나가 생겼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공부!! 진이가 앞으로 해야 하는 공부란 무엇일까?

백문불여일견(百闻不如一见)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그 동안 듣는 것 보다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을 더 중히 여겼다. 호기심이 많은 청년들이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14만명,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학생은 30만 명이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44만명 유학생들의 발이 꽁꽁 묶여있다. 한국에 올 수도 없고, 외국으로 갈 수도 없다.

한국 대학은 발 빠르게 온라인 수업을 대체하여 코로나로 오도 가도 못하는 유학생들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대면 수업을 해도 따라가기 어려웠었는데 온라인으로 대체되어 이해하기 더 어려워졌다.

이 와중에도 계속 온라인 수업을 하고 똑 같은 학비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벌써 대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유학의 가장 큰 묘미가 일견(一见) 인데 계속 동영상 반복 청취와 같은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유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 날 것이다.

그 동안 한국 유학은 너무 쉬웠다. 중국에서 괜찮은 고등학교 입학이 어려우면 한국의 고등학교로 조기유학을 왔다. 중국에서 대학입학시험 성적이 여의치 않으면 중국 대학을 포기하고 차라리 한국 대학으로 오기도 했다. 현재 한국 대학에서 재학하는 중국 유학생은 7만명이다.

이제 유학의 의미 다시 찾아보자.

국경을 넘어 직접 보고 듣고 머물면서 경험하는 유학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발이 묶인 유학생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반 강제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접하게 되어 약간은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신과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마음만 먹으면 현재 있는 곳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학의 유수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크나큰 행운이다.

코로나 전에는 유()학이 전부였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온(ON)학이 추가될 전망이다. 통신과 인공지능을 대변하는 스마트 폰이나 노트북의 전원만 키면 온(ON)학의 세상에서 마음껏 배울 수 있다.

온학(온라인 학습)의 세상에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혜이다. 온학의 세상에서 학력(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진이 엄마가 학원을 찾아와 나에게 준 숙제는 바로 진이의 지혜와 실력을 아닐가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숙제가 있다. 이 숙제는 필자가 스스로에게 준 숙제이다. 바로 교육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났다 하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간을 엄습할 수도 있다. 당장 우리에게 코로나 백신도 필요하지만 그 어떤 바이러스에도 이길 수 있는 만능 백신이 더 필요하다.

그 만능 백신은 바로 용감이타이다. 이러한 백신 항체는 간호사나 의사, 백신을 개발하느라고 고생하는 연구자들에게 일찍 예방접종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예방접종 역시 교육을 통해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해야 할 숙제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학생들마다 이 만능 항체가 생성되는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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