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 흥성촌 촌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고향의 어린 학생을 돕고 나서 동포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흥성촌 촌민 중 한사람인 정○○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은 이러했다. 정○○씨는 현재 당뇨합병증에다 그의 처 역시 중병으로 치료중에 있다. 부부의 병치료로 쪼달리는 경제형편에 특히 하나밖에 없는 올해 15세인 딸 정미 양은 중국에서 마땅히 거주할 곳도 없어 현재 목단강 조선족 소학교 전선옥 선생님 집에서 생활하며 어렵게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차 대학에 진학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정미 양. 그의 갸륵한 마음가짐이 촌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그의 꿈이 이루어 지려면 무엇보다 경제적 도움이 절실하다.

그의 사연을 전해 들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흥성촌민 중 한 사람인 ㈜동북아체인본부 권오강 대표와 심송보 씨는 선두로 후원금을 내놓았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촌민들에게 “이 작은 꿈나무가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돕자”고 도움을 호소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지난 2월부터 3월일까지 촌민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로 총 420만원이 모금 되었다.

권오강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흥성촌 촌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면서 “저희는 모금을 선도한 사람으로서 흥성촌 촌민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함께 힘을 모으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자부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우리 다함께 정미 양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여 촌민, 더 나아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정미 학생이 후원금을 전달받고 중국에서 보내온 감사편지 전문이다.

정미 학생

 

고마운 재한 흥성촌 촌민 여러분. 그간 안녕하십니까?

저는 흥청촌 촌민 정○○ 딸, 올해 15살 나는 정미라고 합니다. 얼굴도 모르지만 고마운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그간 몸살 감기로 많이 않다보니 이렇게 인사가 늦

어져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리는 바입니다.

지난해 12월20일,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사는 전선옥 선생님과 함께 엄마 만나러 처음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6년간 보지 못한 엄마를 만나 즐거움도 잠시, 2월 초에 그간 생활비를 보내주시던 엄마가 갑자기 병이 중하다는 진단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도 선생님도 갑작스러운 이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몰라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연

히 선생님 따라 영순이라는 이모 가계에 가게되어 영순 이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영순 이모와 권오강 대표는 자신들의 바쁜 일들도 제쳐놓고 적극적으로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끝내 6년간 감감무소식이던 저의 아버지와 고모를 찾게 되었습니다.

6년만에 만난 아버지와 고모와의 눈물겨운 상봉이였지만 만나고 보니 아버지와 고모의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따라 다시 돌아왔지만 밤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난 어찌해야 할지?)선생님은 점차 방법이 생길 것이니 안심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냥 걱정만 커져 갔습니다.(엄마는 어떻게 될가? 아직도 중학교 졸업하려면 4년반은 있어야 하는데 어찌 하지? 학교는 다닐 수 있을가?)등 근심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중 정말 책에서나 보았던 고마운 소식이 들려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권오강 대표와 심송보 아저씨께서 흥청촌 촌님들과 함께 저를 위한 모금활동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권오강 대표는 “우리가 나서 도울테니 열심히 살고 노력하라”고 저와 아버지, 그리고 고모한테도 여러번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자꾸 났습니다. 어쩌면 얼굴도 처음 보는 분이 정말 이렇게 따뜻하고 고맙게 나설 수가 있을가요? 저는 이번 한국행에서 한국은 날씨도 따뜻하지만, 여기엔 마음씨가 더 따뜻한 흥성촌 촌민들이 많이 살고 계신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2월27일, 개학을 앞두고 목단강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제일 많이 느낀 것이 제가 보내던 일상과 학교 공부가 얼마나 소중한가 였습니다. 하여 저는 개학초부터 전에 숙제 끝나면 잠자던 습관을 고처 밤 10~11시까지 복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3월14일 고마운 흥성촌 촌민 29명이 보내신 2만2250원(한국 돈 420만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돈을 보내신 분들 대부분이 60세가 넘으신 분들이란 사실을 알고 더욱 목이 메었습니다. 연세 많으신 분들 한국에서 힘들게 번 5만, 10만, 20만을 얼굴도 모르는, 단지 한촌에 사는 어려운 애라는 것만 알고 보내주신다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 일이 얼마나 고되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그냥 또다시 눈물만 나옵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이 고마운 분들게 보답할 수 있을가?)고 여러분들의 이름을 보면서 다짐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그리고 바르게 잘 커가려고 합니다. 저가 어른이 되어, 혹시 여러분들께 이 사랑을 보답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만일 그런 날이 없더라도 저도 여러분들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랑을 전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고마운 흥성촌민 여러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참으로 따뜻하고 살만한 것 같습니다.

권오강 대표님, 심송보 아저씨, 그리고 고마운 여러분들(27명), 끝으로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매일 옥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2024년 3월23일

목단강에서 정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