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화 대표

지난 10월 서울시가 소외 이웃을 돕는 데 헌신한 시민 10명을 선정해 동판 부조상을 나란히 새겨넣은 공간으로 제막한 ‘서울시 명예의 전당’에 중국동포 출신인 ‘생각나무 BB센터’ 안순화 공동대표가 포함됐다.
그는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생각에 오히려 책임감이 커졌다”면서 “앞으로 이주여성들의 한국생활에 더 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00명이 넘는 후보 가운데 꼼꼼한 심사를 거쳐 ‘서울의 얼굴’로 뽑힌 안순화 공동대표는 올해로 11년째 결혼이주여성의 서울살이를 돕는 ‘맏언니’이자 한국 사회에 건강한 다문화 정책을 제안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안순화 공동대표가 걸어온 길을 보면 맨손으로 시작해 두발로 열심히 뛰며 노력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실제로 그가 한국에 처음 온 2003년 서울은 말 그대로 ‘낯선 땅’일 뿐이었다. 한국말도 거의 하지 못했고, 아는 사람도 한국인 남편 말고는 없었다.
고향이 중국 하얼빈인 안 대표는 어릴 때부터 한족학교를 다니면서 중국말만 하면서 크다보니 한국말을 잘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했다.
그는 오로지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고 지난 2006년 여성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서 중국어 상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도 당시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 후 안순화 공동대표는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 중에 한국어 교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고 이주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중한(中韓)사전을 들춰가며 통번역에 매달렸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9년. 이주여성 4명과 함께 매주 토요일 공부방을 연 것을 모태로 ‘생각나무 BB센터’를 세웠다.
처음엔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엄마 나라의 말’을 가르치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생각나무 BB센터’는 ‘이중언어와 이중문화를 토대로 풍성한 생각이 열리는 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단체명의 BB는 ‘Bilingual(이중언어)’과 ‘Bicultural(이중문화)’의 이니셜이다.
안순화 공동대표는 센터를 이끌며 이중언어 교재 개발, 여성 창업 지원,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글로벌 전통문화 공연 등을 아우르는 단체로 키웠다.
11년째 외길을 걸어온 그는 각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 2014년 이주여성으로는 처음 ‘서울시 봉사상’ 대상을 받은 것을 포함해 2013년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2015년 ‘세계인의 날’ 법무부 장관상 등 민관을 넘나드는 수상 목록을 쌓았다.
중국에서 대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지만 봉사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정작 자신과 가족과의 시간을 갖지 못해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는 안순화 공동대표는 낮에는 다문화 강연을 하고, 밤에는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위원회,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선거연수원의 외국인 선거 강의 등을 준비하느라 뜬눈으로 보내는 날도 많다.
안순화 공동대표는 “한국에 와서 돈보다도 사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센터로 찾아오는 다문화 이웃들을 보면 ‘이 공간을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