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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2/23  한중포커스
“가난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그릇된 생각”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인상평 중 하나는
물정 모르는 도련님같다는 것이다. 명문대 교수를 아버지로 두고 9년 동안 사법시험 공부를 돈 걱정 없이 할 정도니 유복한 집안 출신인 것은 맞을 것이다. 그런 그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실언 시리즈의 끝판왕을 연출했다. 정치권은 들끓고 사회적 약자들의 민심은 폭발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극빈(極貧)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실언을 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폄하와 무시를 담은 언어 테러라고 할 수 있다.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물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김우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가난하고 못 배우면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고 자유롭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냐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더 나은 경제 여건을 보장해서 모든 국민이 자유인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노동 시간 문제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상처가 되는 발언을 여러번 했다는 점에서 일회성 실언이라기 보다는 그의 가치관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윤 후보의 발언은 반역사적이고 타당성이 없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대선판의 왜곡된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동서고금 인류의 역사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특권층에 저항해 자유와 민주를 획득한 투쟁의 역사였다. 조선시대 민란도, 구한말 의병도, 일제강점기 독립군도 대부분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나서 목숨을 걸고 자유를 위한 투쟁을 한 것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서도 구두닦이, 택시운전사, 농민, 공장노동자, 일용직 등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앞장섰다. 역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둘째, 윤 후보의 정치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하는 본질적 의문이 든다. 정치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가지고 배운 사람들에게 대관절 정치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특권층은 정치의 간섭을 싫어한다. 윤 후보가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운 공정은 특권층을 위한 공정이란 말인가?

 

셋째, 제도 언론의 보도 태도이다. 만일 이런 발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서 나왔으면 조중동 등 제도 언론이 벌떼 처럼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제도 언론이 이 문제를 단순 실언으로 취급해 가십거리로 다루는 것은 언론의 정도(正道)를 벗어난 보도 태도이다.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 변명으로 들리는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것이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지만 이 나라의 자유와 민주, 성장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필자/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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